소통은 죽빵부터 때린다

두괄식 두괄식! 두괄식!! 일하면서 결론부터 이야기하란 말은 질리게도 듣는다.

그런데 정작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막상 정리해서 커뮤니케이션하자니 말한마디에 너무 공들이는 느낌이다.

 

그래서 실천가능하면서도 공수가 적게 드는 소통 프레임워크를 생각했고, 이를 계속 실천하고 연습하는 중이다. 주로 슬랙, 문자 같은 짧은 메시지에서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래처럼 '핵심 첫문장(이른바 죽빵 때리기)'과 '설명과 이유 문장(근거 말하기)'으로 나눠 말하는 것이다.

- 문의/요청 보낼 때 : "A를 부탁드려도 될까요?(죽빵 때리기) B이기 때문입니다.(근거 말하기)" 
- 답변 보낼 때(Yes/No) : "네, 부탁하신대로 A 진행할수 있습니다.(죽빵 때리기) C와 같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근거 말하기)"

 

여기에는 두가지 규칙이 있다. 

 

1. 상대방이 '첫문장'만 보고 내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게 핵심을 담는다.

만일 알수 없는 이유로, 상대가 첫번째 문장만 메시지를 받고 그 이후는 받질 못했다고 해도 내 의도를 알 수 있도록 보낸다.

첫문장에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히 다 적는 것이다. A파일, B파일을 받아야하고, C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양이 많아도 다 적는다. "A,B파일을 메일로 보내주시고, C를 첨부드리니 언제까지 검토 부탁드려요."하면 된다. 길어져도 상관없이 이 한문장에 내가 필요한 것을 적고, 최대한 간결하게 만들어 상대가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상대가 펀치 한방만 맞아준다면 어디를 때려야할까? 당연 죽빵이다.

그럼 딱 한마디만 알아들을 수 있다면? 당연 핵심, 딱 한문장이어야 한다.

실제로 일하면서 대부분 한마디만 알아듣고 한마디만 기억한다. 모두 일에 치이며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있고, 타인이 원하는 것을 세세히 캐치해서 알려줄 정도로 자원이 남지않기 때문이다. 핵심부터 때리고, 핵심만 말한다. 

 

2. 설명과 이유 문장은 첫문장의 '근거'를 적는다.

내 의도가 명확하지 않으면, 받는 답변도 두루뭉술하다. 이게 어떤 의도로, 왜 필요한지 근거를 적는다. 그래서 상대방이 어떻게 보내줘야하고, 무엇을 줘야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근거를 적으면서 내가 원하는 바가 더 뾰족해지고 명확해지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심지어는 요청하려다가 더 나은 방법을 찾게되어 요청할 필요가 없어지기도 한다.

물론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 경우에도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상태지만 혹시 관련해서 알고있는 것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린다고 투명하게 이야기하는게 훨씬 낫다.

 

"이 2가지도 생각하면서 쓰거나 말하면 시간이 걸리는 걸..ㅜㅜ"

맞다, 능숙하지 않다면 이렇게 말할때 정리하는 시간이 걸린다. 능숙해져도 아주 조금의 시간은 필요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왜냐하면 내가 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이 두가지를 정리하는데 시간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이분이 원하는게 대체 뭐지? 뭘 요청하시는거지?'부터 '왜 필요하다고 하시는거지? 어디까지 준비해야하지?'까지 정리를 해야하고, 정리가 불가능하거나 정보가 부족한 경우에는 되물어볼 것이다. 어차피 정리해야하는 내용이라면 정보가 많은 쪽이 깔끔하게 정리하는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급발진하듯 이야기하면 예의도 없고 부담스럽지 않을까?"

오히려 핵심부터 나오지 않으면 무례하다는 인상이지 않을까? 말을 정리하지 않아서 시간을 빼앗고 있으니까 말이다.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의도를 하나하나 찾고 파악해야하니 그게 더 부담일 것이라 생각한다.

 

업무 요청하는 메일, 사소한 문의 메시지, 낯선 사람에게 보내는 문자까지

비즈니스 소통은 죽빵부터 때려야한다.